책과 영화

[책]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_Yonnie_ 2022. 1. 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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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을 보고 홀딱 반해 SF 소설을 좋아하게 되었을 정도이다. 지구 끝의 온실은 초반에는 밀리의 서재에서만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마침 밀리의 서재 구독 중이라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미뤄두다 이번에 읽게 되었다. 지금은 일반 책처럼 살 수 있는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몰입도 하나는 정말 좋았다. 중간중간 장면 묘사도 상세하게 되어있어 마치 내 머릿속으로 영화을 본 기분이었다.

 

 

글의 배경은 SF소설답게 2050년대쯤 되는 미래시대이고, 인간의 실수로 만들어진 더스트로 인해 많은 인류들이 죽고난 더스트 이후의 시대이다. 더스트라는 재난이 지나간 후의 시대이지만 '모스나바'라고 불리는 살이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부어오르는 인류에게 해로운 식물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번식해나가고 있다. 책에서 '아영'은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모스나바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는데, 뜻밖의 이야기와 마주한다.

 

더스트 시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돔'이라고 불리는 더스트 안전지대에 들어간 사람들과 더스트에 면역반응을 갖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돔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들어가는 등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더스트에 면역반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실험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죽임과 고문을 당했다. 어수선한 더스트 시대가 종식된 계기가 된 것이 뜻밖에도 모스나바라는 인공식물이었고, 그 안에는 지수와 레이첼을 비롯한 나오미와 아마라, 또 여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책에서 시점이 식물 연구자인 아영에서 나오미의 시점 그 후에는 지수로 바뀌고, 점점 디테일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생생한 묘사들과 이야기들로 상상력을 자극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나오는 '더스트'시대가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미세먼지가 엄청난 시대에 살고있어서 그런가..

 

또한 지수와 레이첼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여 프림빌리지를 재건하는 이야기는 너무 따듯했다. 더스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서로를 죽이는,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재건하는 사람들. 사실은 서로의 옆에 있고 싶었던 마음으로 지구를 구한 레이첼 그리고 지수.

 

이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따듯해서, 시대적 배경은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여기 사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공헌자'들이야. 재건에 기여한 사람들이라는 거지. 이 단지는 공헌자들에게 우선 입주권을 줬거든. 사람을 나쁜 것과 착한 것 어느 한쪽으로만 가를 수 있는 건 아니니니까, 굳이 말하자면 좀 흠결이 있더라도 지금 이 세계를 회복하는 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지. 그런데 네 친구들 말이 아주 틀렸다 하기도 어려운게, 더스트 시대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 물론 그 이타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후손인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이유가 그거야. 싫은 놈들이 망해버렸으면 망해버렸지, 세계가 다 망할 필요는 없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거든. 그때부터 나는 오래 살아서 내가 망하지 않는 꼴을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대신 싫은 놈들이 망하는 꼴을 꼭 봐야겠다고.

 

그러니까 레이첼을 좋거나 나쁜 무엇으로 볼 필요는 없어. 우린 레이첼과 일종의 협약을 맺고 있는 거야. 하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협약은 아니지.

 

지수가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던 대안 공동체들의 결말이 보였다. 마을의 형성, 행복하고 평화로운 짧은 순간, 그리고 곧 이어지는 분노와 배신, 공동체의 파국, 죽음과 시체들. 프림 빌리지도 결국 그렇게 되고 말까?

 

나의 감정은 유도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수 십년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지수를 증오하고 또 그리워했죠. 지수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그것을 곱씹고, 다시 절망하기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오랜시간 그를 잊을 수 없다면... 나의 감정은 그냥 그 자체로 진실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고,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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